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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 마른 나무에 꽃을 피우는 사랑의 춤꾼

정신세계 22호. 2006년 무용치유가 박선영씨. 글 김은희 기자 maya49@hanmail.net

자신의 몸이 하는 얘기를 주의 깊게 들어본 적이 있는가? 친구와 등을 대고 몸으로만 대화 나누어본 적이 있는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몸을 흔들어본 적이 있는가? 무용 치유가 박선영 씨는 사람의 몸이, 우리들이 잊고 사는 ‘우주의 언어’라 한다. 춤이 자신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자신의 몸을 한 번 느껴볼 일이다. 그것은 기지개와 양치질 속에도, 걸음걸이와 뜀박질 속에도, 책장을 넘기는 이 순간의 작은 움직임 속에도 있다.

“죽은 나무에도 꾸준히 물을 주면 꽃을 피우리라 믿었던 한 수도승처럼. 우리는 춤을 통해 일상 속에 있는 무수한 기적들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무용치유가 박선영(3) 씨, 그의 홈매이지 대문 안에는 이리한 문패 글이 하나 달려 있다.

그렇다. 우리가 만나볼 박선영 씨는 수분이 말라버린 겨울 나무와 같이 굳어버린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자유로운 몸의 율동과 따스한 가슴간의 교류로 새롭게 일깨우는 사람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타고난 춤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때 처음 접한 탈춤에 빠지 전공 공부는 뒤로 한 채 10여년 간 탈춤만 추었다. 어렵사리 들어간 대전시립무용단에서 공연을 하면서도 전통춤을 좇는 것은 여전했다. 한국의 굿을 통해 춤의 집단치유에 관심을 갖던 중 그는 런던의 한 대학에서 춤을 통해 창조적인 자기를 표현하는 커뮤니티 댄스를 공부하게 되었고, 귀국 후에는 각종 재활 프로그램과 일반인을 위한 춤쎄라피 워크샵을 운영하는 등의 활동을 펴 왔다. 그리고 현재는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에서 무용치료를 공부하는 중이다.

보여주는 춤 아닌 표현하는 춤을

박씨가 춤을 통해 일구어 내는 바는 사람들의 굳은 몸을 유연하게 하고 둔해진 감각을 예민하게 하는 것, 그럼으로써 잠들었던 생명력을 일깨우는 것이다. 그는 어렵고 거창한 무용 이론을 설명하거나, 세련된 고난이도의 무용 동작을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들과 따스하게 교감하며, 그야말로 춤을 즐기며 살기를 바랄 뿐이다. “여러분,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것이 쉽지 않지요? 하시면만 연예인 누구처럼 춤을 출 필요는 없어요. 전문가처럼 멋진 동작을 구사할 필요도 없고요.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춤, 인위적이지 않은 춤, 자신만의 춤을 출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예요.“

4~5월 동안 성결 신학대에서 열린 워크샵 ‘춤과 마음의 마당’에서 박선영 씨가 수강생들에게 던진 한 마디이다. 박씨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생생한 춤수업이 보고싶어 참여했던 그 날, 예상과 달리 수강생들은 3, 40대 교육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림에도 그들 모두는 다른 이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각자의 율동에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몰입하고 있었다. 수업을 진행하는 박선영 씨가 강조하는 것은 ‘보여주려는 춤’이 아닌 ‘표현하는 춤’을 추라는 것. 자신의 몸이 어떻고, 춤실력이 어떻고를 따지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자유롭게 표현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기뻐한다는 것이다.

매순간의 모든 동작이 하나의 춤사위

사실 우리는 누구나 춤을 출 수 있고, 또 추고 있다. 우리의 몸은 언제나 무언가를 표현하고자하며, 그것은 순간순간의 운동으로 드러난다. 하다못해 아침에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밖에 나가 걸어 다니고 뛰어 다니는 등의 모든 동작이 각자의 독특한 춤사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몸의 움직임과 변화에 무관심한채 살아간다. 자기 몸인데도 그 존재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사는것이다. 자신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치만, 스스로의 어깨와 허리가 어디쯤에 붙어 있고, 몸의 앞과 뒤 좌우가 어드 편인지조차 느끼지 못할 청도로 둔감해져 버린 이도 있다. 그래서 박씨가 무용치료에서 우선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몸을 오무렸다 펴고, 손을 폈다가 접고, 각각의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보는 등의 구체적인 동작이다. 그것을 통해 사람들은 비로소 잊고 있었던 자신의 몸을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이런 점에서 박씨의 무용치료는 ‘바라보기’ 를 행하는 위빠사나 명상법과도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평상시에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한 채 보내는 시간이 많다. 밥을 먹으면서, 길을 걸으면서, 친구와 얘기하면서 그 순간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자각하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그러나 자신의 몸 동작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다보면 보다 순간에 깨어있을 수 있고, 자신의 마음도 명장하게 볼 수 있다.

몸과 마음은 하나다.

박선영 씨는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더 자주 움직이는 방향과 주로 하는 동작이 정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자세가 비뚤어지고, 자주 움직이지 않는 부분은 경직된다. 몸이 곧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니. 치우치고 모난 성격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고 한다. 정신질환자나 노숙자와 같은 경우는 몸과 마음이 돌과 같이 굳어 있다. 표정은 조각상 같이 경직되어 있고 감정도 잘 느껴질 못할 뿐더러, 다른 이들에 대한 관심도 차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이들일수록 몸을 움직이고, 구체적인 동작을 해보고, 율동을 다양하게 하면 사람이 눈에 띠게 달라진다. 몸이 부드러워지면서 마음도 풀어지고 억눌렸던 감정도 되살아나는것이다. 이들이 가족과 친구들에 대해 그리움, 사랑. 원망, 슬픔 등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할 정도가 되면 상당히 치유가 된 것이라 한다.

몸에 대한 민감성을 회복한 뒤에는 자기를 표현함으로써 타인과 교류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으며, 좋든 싫든 타인과 관계해야 한다. 그런데 함께 사는 삶 안에서 서로에게 상치를 주고 상처를 입는 일이 많다. 그래서 이 세션에서는 자신의 감정과 표현에 대해 상대가 어떻게 느끼고 이해하는지를 연습하게 된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서로의 동작을 따라 해보기, 여러 사람이 함께 동작을 만들어보기, 몸을 대고 서로 대화해보기 등을 통해 자신을 사람들 앞에 드러내고, 그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기회를 갖는다. 자신이 하나의 감정을 느꼈을 때 어떠한 동작들 취하며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의 대해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입으로 하는 말은 서로 전달하려는 내용의 10%도 안 된다고 봅니다. 몸의 움직임과 분위기 등이 그 이상을 전하는 것이죠. 지는 사람들에게 몸으로 대화를 해 보라 말합니다. 평상시에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우린 입으로 이야기하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죠. 사랑하는 이와 등을 맞대고 말없이 대화해 본 적이 있으세요? 우리의 등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답니다. “

몸은 우리가 잊고 사는 ‘우주의 언어’

박씨는 우리 몸이, 사람들이 잊고 사는 우주의 언어라 한다. 말로 도저히 전할 수없는 것을 이 몸은 전할 수 있다고 한다. 입으로 말하는 언어는 생각과 주장을 표현하기에 더 알맞다. 그러나 몸은 느낌과 감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에 사람들의 원래 모습에 더 가깝다. 서로의 등으로 대화 나눌 때, 세계 정세가 어떻고, 부동산 시세가 어떻고를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때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 다른 무엇에 관해 얘기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들이 나누는 것은 따뜻함. 사랑. 슬픔, 연민과 같은 존재의 밑바닥을 흐르는 그대로의 감정. 솟아나는 느낌 그 자체일 게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몸과 느낌에 민감해진 후에는, 이제 정말 ‘춤’을 추게 된다. 그것은 아주 쉽다. 자신의 마음을 느끼며 그것을 그대로 몸으로 표현하면 된다. 이때 몸과 마음은 하나가 되어 움직이며, 이 자연스런 동작이 박씨가 이야기하는 정말 춤이다.

‘춤은 노력해서 추는 것이 아니라 추어지는 것이다”라는 것이 워크샵에 참여하여 춤추는 이들을 보면서 또 경험하여 알게 된 기자의 느낌이다. 머리로 계획하고 구상하여 추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제 스스로 알아서 리듬을 타더라는 것이다. 우리가 박선영씨와 함께 추는 춤은 시쳇말로 제멋에 겨워 추는 막춤이라 할수 있다.

우리가 그에게서 배우는 것은 춤추는 테크닉이 아니라, 그만큼 나로부터 그리고 남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자기사랑과 신뢰이다. 워크샵에 참여했던 이들은 조금은 쑥스러워할 만도 하건만, 자기 흥에 겨워 그렇게 자유롭고 즐거웁게 춤을 출 수 없었다. TV나 영화에 나오는 어렵고 현란한 춤만 보다가 소박하고 거침없는 그들의 율동을 접하니 막혀 있던 분수대에 맑은 물이 솟아오르는 듯, 시원하고 흥겨웠다. 

평범한 일상에 한송이 꽃을 피우는 몸에 대한 관심을 통해 우리 안의 잠든 감성과 직관을 깨우는 박선영씨. 무용치료는 단지 심신에 문제가 잇는 이들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종류의 춤을 배우고 그 기법을 마스터하고자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것의 목적은 춤을 통해 내면의 진실한 느낌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를 통해 주변 사람들과 따뜻하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춤과 사랑에 빠져 오랜 기간 홀로였던 박선영씨는 얼마전 그 생활을 접고 수원의 한 아파트에 자신의 반려자와 다정한 보금자리를 틀었다. 신혼 생활에 대한 소감을 묻자 ‘결혼이 도닦는 것’이라며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평범한 삶을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흐뭇함을 감출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도, 가슴에서 솟아나는 붉은 꽃 한송이를 피울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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