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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건강한 마음 건강한 육체 예술치료 어디까지 왔나

일요신문. 2004년 9월 26일

예술치료를 받는 이들이 한강시민공원에 모여 ‘춤과 마음’이라는 주제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내 안의 즐거움 슬픔 허전함 외로움 등을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면서 자신을 표출한다. 내면의 세계와 외면의 세계가 소통하는 순간이다. 

요사이 사람들은 “점점 사는 게 힘들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고 있다. 사실 옛날처럼 보릿고개를 넘겨야될 만큼 먹고살기 힘든 것도 아니지만, 현대인들은 하루하루를 점점 더 힘겹다고 느끼고 있다. 왜일까. 아마도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기존 가치관에 혼란을 겪고 있으며, 다양한 인간 소외 등 마음의 병이 깊어지기 때문인 듯하다. 문제는 이러한 심리적 위축과 마음의 병이 실제로 신체의 병을 촉진하거나 직접적으로 정신적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반영하듯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신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북돋움으로써 심신의 질병적 상태를 개선하려는 표현예술 심리치료(예술치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술치료란 예술을 통한 심리치료로써 미술 음악 무용 놀이 연극치료 중 두 가지 이상의 예술 매체를 적용하는 통합적인 형태의 건강관리법이다. 미국 등 서구에서 조직적인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지는 벌써 20년이 넘는다.예술치료는 주로 병원에서의 기존 치료법을 보완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신과적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거나 예술활동 그 자체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길을 찾기도 한다. 여중생 영숙이(가명)는 “사는 게 엿 같고 이판사판”이라며 여러 번 자살을 시도한 뒤 부모의 권유로 예술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얼마 뒤 미술시간을 이용해 곰 인형을 만들어 예쁜 옷을 지어 입혔는데, 영숙이는 곰을 치료실 구석에 놓으며 “나랑 똑같네. 살아있지도 못한 것이 자리만 차지하고…”라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문제에 대한 구체적 인식의 출발이었다. 영숙이는 이후에도 많은 눈물과 분노들을 쏟아낸 후 점차 변화되었다.예술치료는 우울 조울 자폐를 포함하여 심리적 정신적 문제를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다.

예술치료는 소외되고 절망에 빠진 한 인간이 자존감을 가진 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실마리를 풀어준다.예술치료가 점차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를 치유하는 데 비언어적인 예술매체가 언어적인 접근에 비해 효과가 더 높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불안, 공포, 심한 공격성, 과잉행동, 위축, 언어장애 등 증상의 심리적 원인은 대개 영유아기 때까지의 단계적인 퇴행을 통해 밝혀진다. 인간의 인격형성과 심리적 문제가 주로 생의 초기단계에서 함께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 심리치료사 이정호씨(표현예술심리치료협회 사무국장)는 “생의 초기단계인 유아기에는 언어보다는 비언어적인 매체를 통해 외부와 소통을 했기 때문에 언어보다는 예술적인 표현수단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왜곡된 상태를 알아내고 치료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고 설명한다. 이는 인간의 성격형성에 있어서 태아기부터 만2세까지 양육자와 아이와의 관계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보통 음악 미술 등 예술을 감상하거나 가까이 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술치료는 수동적인 감상에 그치지 않고 직접 예술적 표현활동에 참여하면서 그 (치료)효과가 나타난다. 창작을 통한 완전퇴행의 치료성, 강박관념 및 억압된 사고의 사슬에서의 탈피, 혼돈에서 정리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치료성 등을 갖고 있다.

무용치료  정신장애의 행동 특성과 동작을 분석하며, 표현적이고 창의적인 내적 움직임을 사용하여 정신과 신체를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광명시 평생학습교육원에서 무용치료를 하고 있는 표현예술심리치료사 박선영씨는 “사람의 마음속엔 기억나지 않고 표현되지 못한 정서나 상황, 사건 등이 무의식 형태로 남아있기 마련”이라며 “이러한 무의식의 감정이 지나치게 쌓이고 뭉쳐지면 현실에서도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고 우울증에도 빠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무의식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에는 환자 스스로에게 큰 고통이 따르게 되므로 치료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애써 말하지 않고 다양한 춤동작을 만들어내다 보면 잠재된 감정이 자연스럽게 배출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심리를 얽매고 있는 무의식의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 박선영 치료사는 예술치료는 상태가 중하지 않은 보통사람들에게도 심리적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굳이 치료라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이란 개념으로 이해하라고 말한다. 지난 8월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창윤 교수팀은 무용치료의 효과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정신분열 증세가 있는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8주간 무용치료를 실시한 결과 환자들의 굳었던 표정이 밝아지고 정서적 위축과 우울증세가 상당히 호전됐다는 것. 환자들은 스스로 작성한 평가에서도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을 잘 할 수 있다’ 등 상대적으로 대인 기피증을 보이던 치료 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미술치료  미술작업을 통하여 심리적, 정서적 갈등을 완화시키므로 원만하고 창조적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치료법이다. 미술작업은 인간의 내면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세계를 외면이라고 할 수 있는 현실 속에 구체적인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창작을 통한 내면세계의 외면화 과정을 통해 개인의 심리적 갈등이나 정서 상태가 파악되고, 이를 창작을 통하여 조화롭게 해결하도록 도와줌으로써, 개인의 심리적 갈등이 완화되거나 병리적인 정신구조를 재편성할 수 있는 것이 미술치료다. 예술치료가 효과를 발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담자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위를 하든 틀렸다거나 잘못됐다는 식의 비난을 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정호 치료사는 “좋은 치료자는 내담자가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내담자의 마음이 무엇인지 깨달아 그 마음에 반응하는 것이 상담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한다. 어린이가 “하늘이 무슨 색이에요?”라고 물을 때 하늘은 파란색이라고 식으로 ‘모범답안’을 말하는 것은 어린이의 자유로운 의식을 도와주지 못한다. 아동이 놀이감을 들고 “이게 뭐예요?”하고 물을 때 “그건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단다”라는 간단한 대답이 아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요즘은 정신과뿐 아니라 종합병원 등에도 심리치료를 목적으로 한 예술치료 전문시설이 늘어나 많은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이 시설에 접근하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정신과 전문의 김정일 원장(김정일정신건강센터)은 “아직도 성인의 경우 자기 자신이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극도로 외로움을 겪게 되었을 때,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 본인뿐 아니라 부모가 보기에도 너무 힘겨워 보일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병원에 찾아와 상담을 한다”고 지적한다. 웬만하면 ‘그냥 저러다 말겠지’라고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정신과적 문제가 경미하게 시작되었을 때 상담만으로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심각하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예술치료 프로그램은 각 지자체나 종교기관, 교육기관 등이 운영하는 아동상담센터나 복지관 등에도 아동치료실 형태로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전국 3백50여 개 복지관 중 대부분이 아동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놀이치료나 미술치료를 시행하는 기관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개중에는 충분히 교육을 받지 않은 치료사들이 프로그램을 맡는 경우도 많아 국가 공인제도의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주요기관으로 명지예술치료센터, 경희아동연구센터, 성신여대 심리건강연구소, 사랑의 복지관 등이 있으며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10∼20회 정도 치료사와의 만남이 요구된다. 1회에 50분 정도 소요되며, 무용치료의 경우는 분위기에 따라 3∼5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1회 비용은 4만∼6만원선이다.

<김현준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이정호 표현예술심리협회 사무국장, 박선영 표현예술심리치료사, 김정일 김정일정신건강센터 원장> 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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