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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아픈 기억 찌든 몸 춤으로 춘다.

서울신문 2006. 1. 13

아픈 기억 ․찌든 몸 춤으로 푼다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춤, 춤테라피를 추세요. 춤을 추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마음의 상처도 치료할 수 있답니다. 여기에 푹 빠진 마니아들이 있
습니다. 그들은 실직과 이혼 등 누구나 살면서 겪게 되는 아픔과 기억을 춤으로 치료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24. 25면
마니아들은 한번만이라도 정신과 몸에 집중하고 자연의 리듬에 맞춰 흔들어보라고 권합
니다. 춤추는 방법이 특별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마음가는대로 흔들어보세요. 그럼 준비됐
습니까. ‘셸 위 댄스․․․․․.’

허공에 주먹질․손날로 칼질․벌렁 누워서 울고 떨고․․․

 ‘유별난 춤’에 빠져  ‘병든 마음’ 지운다   “둥두둥~딱딱딱 둥두둥~딱딱딱”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화이트댄스센터. 경쾌한 북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10명의 춤꾼들이 유별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신경랑(36.교사)씨는 여기저기 주먹을 날렸다. 박재나(35.댄스강사)씨는 손날로 칼질을 하는 춤을 췄다. 갑자기 털썩 눕더니 “엉엉~앙앙~” 울기 시작했다. 강모(48.주부)씨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는 아픈 듯 “윽윽~” 신음소리를 냈다. 모두들 특이한 동작들을 이어갔다. 하지만 주변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완전히 몰입된 상태였다.

이들은 춤테라피 마니아들이다.

춤테라피는 춤과 “치유”를 뜻하는 테라피(therapy)의 합성어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춤이다. 이들은 매주 한 차례, 한 달에 한 달에 한 차례 합숙까지 하면서 춤을 춘다. 심리상담치료 워크숍을 통해 춤테라피를 알게 된 이들은 춤테라피를 한 뒤 아픈 상처가 잊혀졌고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바닥에 누워서 몸을 떠는 춤을 추던 양모(34.상담원)씨. 그는 지난해 이혼한 뒤 생긴 우울증을 춤으로 극복했다. “8년 동안 남편은 심한 간섭을 했어요. 매일 만난 사람을 캐묻고 주말에 외출도 못하게 했죠. 지난해 이혼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어려웠는데 이곳에서 춤을 추고 안정을 되찾고 성격이 밝아졌어요.“

김모(48.주부)씨는 실직 때문에 폐쇄적인 성격이 됐지만 최근 밝아졌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고 했다.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반 강제적으로 그만두고 회사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예민해지고 때론 우울하기도 했는데 춤테라피 덕분에 긍정적으로 변했습니다.“

                          아픈 과거 다스리는 ‘춤 테라피’ 몰입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평온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춤테라피는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용심리치료를 변형시킨 심리치료프로그램이다. 무용심리치료와 달리 안내자가 언어로 유도하지 않고 혼자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과거 기억속으로 빠져든다. 

박선영 화이트댄스 대표는 “누구나 마음의 상처가 있습니다. 환자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의 마음도 춤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에 춤테라피를 시작했다.“ 고 말했다. 그는 춤테라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무용심리치료는 안 좋은 일이 생겼던 당시의 기억으로 유도. 잠재의식 속에 억눌려 있던 말과 행동을 하게 합니다. 성폭행을 당했던 환자는 그때의 기억에 몰입되면서 갑자기 때리고 욕을 하죠. 그러나 춤테라피는 땅과 물, 불, 바람 등 자연 특성이 담긴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면서 무의식에 빠져 과거를 떠올립니다. 그러면 그때 못했던 말과 행동을 하면서 안 좋은 감정이 해소됩니다. 자신을 괴롭혔던 상사한테 큰소리를 지르는 식으로․․․.“

그는 1995년 영국에서 무용심리치료를 전공하던 중 마음의 병이 심각한 일반인도 적지 않다고 생각해 춤테라피를 만들었다고 한다. “무대에서 춤추면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는데 신경을 써 몸속으로 빠지지 못합니다. 하지만 몸에만 집중하고 춤을 추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자기 안에 빠집니다. 이런 춤의 성질과 무용심리치료를 응용했습니다.“

이곳 춤테라피 마니아들은 마음의 상처만 치료하는데 힘쓰는 건 아니다. 이 가운데는 상대적으로 마음의 병이 더 깊은 소외된 자들을 위해 각자 춤테라피 워크숍을 하는 이도 적지 않다.

장동현(39.상업)씨는 일주일에 한 차례 서울 송파구의 한 장애인 복지관에서 시작장애인들에게 춤테라피를 가르친다. 장씨는 “한 장애인 친구로부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마음 속에 억눌린 감정이 많다는 걸 알았다.“ 면서 ”장애인들이 춤테라피를 하면 가슴이 후련해진다고 이야기한다.“ 고 말했다.

강순옥(47.주부)씨는 “노숙인 쉼터에서 가끔 워크숍을 갖는데 남편의 폭력을 못 견뎌 집을 나온 여성 노숙인이 춤테라피를 하자 그의 아들이 ‘우리 엄마가 행복한 표정을 짓는 걸 아주 오랜만에 봤다.‘ 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수녀인 노은주(40)씨는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춤테라피 워크숍에 함께 참여하기도 하는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춤을 통해 치료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

춤테라피 마니아들의 점심시간. “바람님은 뭐 좋아하세요.” “김치찌개”, “사랑님은요” “저도 같은 것”, “붕붕님은” “나는 보쌈”, “박기자님은요.” “․․․서로의 호칭을 ‘바람님’ ‘붕붕님’ 등으로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소외감을 느꼈다. 춤테라피 마니아들은 서로를 별칭으로 부른다. 별칭은 서로 친숙함의 표현이라고 한다. ‘햇빛’ ‘바람’ ‘감동’ 등 별칭도 다양하다. 그럼 별칭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별칭은 스스로 소망 혹은 이상 등을 담는다고 한다. 또 쉽게 부를 수 있고, 빨리 친해질 수 있는 이름도 사용한다.

휴일인 8일 점심으로 삼계탕을 함께 먹은 남숙영(25)씨 별칭은 ‘맑음’이다. 남씨는 ‘맑음’이라고 한 이유에 대해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맑음’이라고 지었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돈돈돈 하는 게 싫더라고요.” 라며 웃었다. 주로 청소년 대상의 춤테라피 워크숍을 진행하는 ‘붕붕’의 원래 이름은 신차선(34). 신씨는 ‘차선’ 이라는 이름 때문에 학생들에게 놀림을 자주 받았다. 가령 “선생님은 차선을 잘 지키세요?” “1차선 좋아해요, 아니면 2차선 좋아해요.“ 라는 식이다. 한 학생한테 “선생님 아침에 버스가 차선을 안 지키고 붕붕붕 가버렸어요.” 라고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학생들은 배꼽을 잡았고, 그 뒤 신씨는 학생들이 좋아할 수 있는 ‘붕붕’ 을 별칭으로 삼았다고 했다. 노은주(40)씨는 ‘보름달’ 그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보름달을 별칭으로 삼았다. 먼저 “얼굴과 눈, 코가 보름달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주변에서 이름을 까먹지 않도록 지었다.“ 고 말했다. 다른 이유에 대해선 “한가위나 대보름날, 여성들이 강강술래를 하며 갈등을 풀었는데 사람들이 갈등을 해소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보름달로 했다.“ 고 말했다.  어느덧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면서 박선영 센터 대표는 “박 기자님도 이름 하나 지으라.” 고 농을 건넸다. “저는 바다요. 그런데 같은 이름이 많지 않을까요.” 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박대표는 “그럼 푸른 바다나 넓은 바다처럼 앞에 수식어를 붙이면 된다.” 고 해 “나는 제주도를 좋아하니까 ‘제주바다’로 하겠다.“ 고 했다. 별칭이 생기면서 동질감이 느껴졌다.

프로그램이 궁금하다

춤테라피는 ‘춤과 마음’ ‘춤과 셀프(self)’ ‘춤과 에고(ego)‘ 등 모두 3단계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2단계까지 배우면 혼자 집에서도 할 수 있다. 1단계는 춤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춤에 어색한 사람이 적지 않다. 동작이 생각처럼 안 되고, 주변 사람들이 신경 쓰인다. 먼저 작은 동작부터 한다. 손가락으로 허공에 여러 가지 사물을 그림으로 그려본다. 다시 팔로, 어깨로, 머리로 그린다. 또 바닥위에 큰 전화번호판을 상상한 뒤 집 번호나 친구 번호를 발로 번호판을 누른다. 이 방법 등을 포함해 20여가지 춤을 추는 법을 배운다.  2단계는 몸속에 의식을 빠지게 하는 훈련이다. 몰입이 잘 되면 잠재의식에 있는 과거 기억과 일찍 만난다. 이 단계에서 춤 출 때 음악이 필요하다. 물(水), 땅(地), 불(火), 바람(風)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든다. 물 리듬은 흘러가는 리듬이고. 땅 리듬은 끊기는 리듬, 불 리듬은 폭발하는 리듬, 바람 리듬은 가벼운 리듬이다. 각 리듬은 순서대로 일정시간 들린다. 춤을 출 때 몸에 집중, 전념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3단계는 메시지가 나온다. “유아기로 돌아가라.” 혹은 “청년기로 돌아가라.” 는 등의 메시지에 의해 특정 시간대로 돌아가는 적극적 명상이다. 명상을 통해 과거를 떠올린다. 1~2단계를 배운 뒤 물, 땅, 불, 바람 리듬을 틀어놓고 혼자서도 춤테라피를 할 수 있지만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자료 참고  화이트댄스   홈페이지(www.whitedance.net)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j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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