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마음의 상처 고치는 ‘춤의사’ 박선영

경향신문 2001. 7. 9

박선영씨(38)는 자신의 직업을 ‘춤세러피스트’라고 했다. 일반시민은 물론 약물중독 청소년, 알코올중독자, 노숙자, 장애인 등을 찾아다니며 춤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그것을 오히려 삶의 에너지로 변화시키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박씨의 춤 인생은 고등학교 때 특별활동으로 탈춤반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잘 춘다”는 칭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박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영주별산대와 봉산탈춤의 매력이었다. 탈춤판을 8년 정도 쫓아다닌 지난 1988년 박씨는 정식으로 한국무용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발탈 인간문화재 이동안 선생, 양산학춤 인간문화재 김덕명 선생 등을 찾아다니며 전통춤을 사사받았다. 91년부터는 대전 시립무용단에 입단해 전통춤을 공연하고 다녔다.

이때쯤 박씨의 인생 방향을 또 한번 돌려놓은 것이 바로 굿이었다. 인간문화재 공연을 쫓아다니다 우연히 접하게 된 경기도 당굿. 굿 한 판으로 안식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춤의 집단치유 능력이 궁금해지게 된 것이다.

공무원 신분인 시립무용단원 생활도 지루해질 때쯤인 95년 무용치료를 가르치는 곳이 있다는 소식에 무작정 영국으로 찾아갔다. 런던 시립대에서 3년간 무용치료를 공부하고 98년 귀국했다. 99년부터 청소년 새샘터에서 약물중독 청소년 재활프로그램으로 무용치료를 시작했다.

프로그램 첫날에는 멋쩍어 하던 아이들이 3, 4일 지나면서 껑충껑충 뛰고 발을 구르며 자신만의 춤에 빠져들었다. 마치 한 판의 굿을 보는 것 같았다. “춤을 통한 치료는 어디까지나 자신을 이해하고 돌아보게 하는 것입니다.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말이죠. 하지만 때론 마음의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노숙자나 알코올중독자의 경우 사람들과 서로 말하고, 눈을 마주치고, 자기 몸을 아낄 줄 알게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거든요”

바람처럼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싶어 별명을 ‘흰바람’이라고 지었다는 박씨는 올 봄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치료하는 일을 하면서 느낀 부족함을 보충하기 위해서.

박영환 기자

본문 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0107091820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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